농담처럼 시작된 낙타 카라반의 실크로드 기행
아리프의 <실크로드의 마지막 카라반>은 '고대'의 방법대로 쌍봉낙타를 타고 실크로드를 따라가는 여행이다. 그는 여행하는 동안 곳곳에서 과거를 만난다. 중국 시안의 축제에서 터키의 축제를 떠올리는가 하면, 실크로드를 따라 이슬람 문화를 전해 받은 중국의 소수민족들이 들려준 전설은 그가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와 일치한다. 소수민족들은 그들에게 문화를 전해 준 언어인 터키어를 간직하고, 그들이 하던 놀이와 문화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실크로드 여행의 또 다른 주인공인 쌍봉낙타 10마리는 아리프를 비롯한 실크로드 팀과 함께 15개월 동안 함께 걷고 생활하며 정서적인 교감을 나눈다. 저마다 예쁜 이름을 가진 낙타들이 죽거나 약해져 팔려갈 때면 마음이 쓰라리다. 낙타들이 가는 곳곳마다 사람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며 하던 일을 멈추고 연신 손가락질을 해댄다. 또한 낙타의 오줌이 만병통치약이라며 오줌을 받으러 몰려드는 사람들, 낙타털을 뽑는 사람들, 심지어 낙타의 다리 사이로 기어드는 여자들까지 낙타와 함께 벌어지는 일들이 무척 흥미롭다.
원정대는 사막의 별들 아래서 잠을 자고, 때로는 사막의 바람에 맞서며 실크로드를 따라간다. 옛사람들의 길을 그대로 다시 가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큰 그들의 대장정에서 새로운 많은 의미들이 피어난다. 카라반 원정대는 천년을 기다려온 전설의 현신이 되는가하면 마지막 카라반으로 죽어간 남편의 화신이 되기도 한다. 21세기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먼 과거 속에 머물고 있는 마을에서 축제를 열어 화려했던 과거의 불꽃을 재현해 주고서 그들은 다음 마을들로 떠나간다.
<실크로드의 마지막 카라반>은 책의 제목처럼 실크로드의 마지막 카라반으로 남을 것이다. 이 책의 의미는 실크로드를 다룬 다른 프로젝트들과 달리 터키인의 시각에서 본 소수민족문화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 있다. 중국의 시안에서부터 키르기즈스탄을 지나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과 이란을 거쳐 터키에 이르는 대장정에서 만날 수 있는 거의 모든 문화를 다루고 있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실크로드의 장엄한 풍경과 황금빛으로 물드는 노을, 이슬람 국가의 낯선 풍습과 해맑은 아이들의 눈동자 등이 책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저자 - 아리프 아쉬츠 Arif Asci
터키의 대표적인 사진작가.
1958년 터키 아다나 출생.
이스탄불 미술 아카데미Istanbul Fine Art Academy에서 회화와 서양미술사를 공부하고 교수로 재직.
1986년부터 교수직을 그만두고 아시아 전역을 여행하면서 사진을 찍고 에세이를 기고하는 전업 사진작가가 됨.
1996-1997년, 중국 시안에서 터키 이스탄불까지 1만2천 킬로미터의 실크로드 대장정을 마치고 <실크로드의 마지막 카라반 The Last Caravan on the Silk Road>을 출간했다. 2007년에는 서울에서 한-터 수교 50주년 기념 기획전 ‘이스탄불’을 열었으며, 역동적인 서울의 모습을 담는 프로젝트를 진행하여 <이스탄불에서 온 장미 도둑>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다수의 회화, 판화 전시회 및 사진전을 열었다.
역자 - 이혜승
러시아문학박사 / 한국사이버외국어대학교 교양학부 강사
저서 : <지도 없이 떠나는 오리엔트 여행기> <모로코, 낯선 여행> <두 번째 터키>
번역서 : <문화철학, 모이세이 카간 저> <러시아와 유럽, 니콜라이 다닐레프스키>, <이스탄불에서 온 장미도둑>
수상경력 : 제3회 한국인 기록문화상 사진부문 수상
지도와 계획 없이 훌쩍 떠나고, 도착지에서는 오래 눌러앉기를 좋아하는 여행이 일상이고 일상이 여행인, 타고난 생활 여행자. 보이지 않는 일상의 신비와 가이드북 바깥의 뒷골목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타인의 삶을 관찰하고, 사진과 글로 기록하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