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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인간 2권

새로운 환자

2권 행사가 진행될 때마다 여자는 어김없이 베란다에 나타났다. 여자가 허리를 구부리더니 빨래바구니에서 망원경을 꺼내 든다. 여자는 난간에 기대어 요양원 내부를 본격적으로 관찰한다. 망원경을 눈에 대고 있는 여자는 외계인처럼 보인다. 이윽고 여자의 등뒤로 한 남자가 다가선다. 남자는 여자에게서 망원경을 건네받는다. 남자의 망원경이 나를 포착한 듯 내가 앉은 위치에 고정된다. 남자가 손가락으로 이곳을 가리키며 여자에게 무언가를 설명한다. 아파트 유리창이 안경을 쓴 사람들의 눈초리처럼 빛난다. 하지만 그들은 이 센터의 지하 이층에 장례식장과 영안실과 화장터까지 있다는 사실도 알까. 며칠에 한 번씩 노인이 죽어 나가고 연고가 없는 노인은 그날로 화장되어서 화단에 뿌려진다는 것도.
2권
행사가 진행될 때마다 여자는 어김없이 베란다에 나타났다. 여자가 허리를 구부리더니 빨래바구니에서 망원경을 꺼내 든다. 여자는 난간에 기대어 요양원 내부를 본격적으로 관찰한다. 망원경을 눈에 대고 있는 여자는 외계인처럼 보인다. 이윽고 여자의 등뒤로 한 남자가 다가선다. 남자는 여자에게서 망원경을 건네받는다. 남자의 망원경이 나를 포착한 듯 내가 앉은 위치에 고정된다. 남자가 손가락으로 이곳을 가리키며 여자에게 무언가를 설명한다. 아파트 유리창이 안경을 쓴 사람들의 눈초리처럼 빛난다. 하지만 그들은 이 센터의 지하 이층에 장례식장과 영안실과 화장터까지 있다는 사실도 알까. 며칠에 한 번씩 노인이 죽어 나가고 연고가 없는 노인은 그날로 화장되어서 화단에 뿌려진다는 것도.
저자 : 김미수
201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미로>가 당선되면서 작품활동 시작
장편소설 <소설 직지>로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
단편소설 <내일의 노래>로 북한인권문학상대상 수상
소설집 <모래인간> <재이> <아빠 살고 싶다>
2017년 전자책 <재이> 통합본, 분권 5권 출간
2019년 전자책 <모래인간>통합본, 분권 9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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